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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기업 인사 뉴스를 볼 때 대개 "또 누군가 자리가 바뀌었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이 공동대표를 교체한다는 소식은 달랐습니다. 합병 직후 조직 관리에 집중했던 체제에서, 30년 가까이 조선소 현장을 누빈 인물을 안전총괄 대표이사로 전면에 세운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인사에는 단순한 자리 교체 이상의 전략적 무게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합병 이후 조직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 대표 교체의 배경
제가 이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과정을 짚어야 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12월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했습니다. 흡수합병이란 두 회사 가운데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법적·조직적으로 완전히 통합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두 회사 이름을 합치는 게 아니라, 인사·회계·생산·물류 체계 전부를 하나로 맞춰야 합니다.
합병 직후 공동대표를 맡은 금석호 사장의 이력을 보면 이 판단이 이해됩니다. 그는 홍보실 출신으로 HD현대 그룹 계열사에서 기획·인사(HR)·커뮤니케이션을 두루 거친 인물입니다. 합병 직후 가장 급한 과제가 "사람과 조직을 하나로 묶는 일"이었다면, HR과 경영지원에 강점을 가진 경영자가 대표를 맡는 건 논리적으로 맞는 배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사를 읽으면서 주목한 부분은 "이제는 그 단계가 지났다"는 점이었습니다. 통합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는 다른 과제가 생깁니다. 수주잔고(수주는 했지만 아직 건조·인도하지 않은 선박 물량)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수주잔고란, 계약서에는 찍혔지만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은 미래 매출을 뜻합니다. 조선업은 계약 후 선박을 건조하고 인도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주잔고가 많다고 해서 당장 이익이 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결국 이번 대표 교체는 "통합 후 안정화 단계"에서 "생산 실행 단계"로 경영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실제로 HD현대 측은 이번 인사에서 "조선사업의 미래 불확실성 대응과 안전경영 강화"를 키워드로 제시했습니다(출처: 네이버뉴스 HD현대 인사 보도).
현장통 CEO가 왜 지금 필요한가 — 조민수·이상균 체제 분석
조민수 신임 사장의 경력을 보면서 제가 놀랐던 건 단순히 "현장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도장·외업·내업·생산부문장을 거쳐 안전생산본부장까지 올랐다는 이력, 즉 선박 건조 공정의 거의 전 단계를 발로 뛰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조선소 생산은 한 공정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선박 건조는 대략 이런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 강재(선박용 철판) 절단 및 가공
- 블록(선박 구조물 단위) 조립 — 내업 공정
- 탑재(블록을 도크에서 조립) — 외업 공정
- 도장(부식 방지 도료 도포) 및 의장(배관·전기·설비 설치)
- 시운전 및 인도
각 공정은 서로 시간이 맞물려야 합니다. 내업이 늦으면 외업이 밀리고, 외업이 밀리면 도장 일정도 틀어집니다. 납기 지연은 곧 위약금과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제가 보기에 조 사장의 강점은 이 공정 간 병목 현상을 현장 감각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상균 부회장과의 오랜 인연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두 사람은 HD현대삼호 시절부터 함께 일한 사이입니다. 이 부회장 역시 1983년 HD현대중공업 건조부 입사 이후 생산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대표적인 현장형 경영자입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그룹 조선 전략(이상균 부회장)과 사업장 내부 생산·안전(조민수 사장)으로 역할을 나누는 구조는, 전략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안전총괄 대표이사(Chief Safety Officer 개념)라는 직책은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서 안전총괄 대표이사란, 안전을 별도 부서의 실무 과제로 두지 않고 최고경영진이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국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형 제조업·건설업에서 경영진의 안전 책임이 법적으로 강화된 만큼(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중대재해처벌법), 이번 직책 설계가 단순한 타이틀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직책이 있다고 해서 현장이 자동으로 안전해지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변화는 실제 예산·권한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효과가 납니다.
이 인사가 실제로 의미 있으려면 — 전망과 주목해야 할 지점
솔직히 이런 인사 발표를 볼 때마다 저는 한 가지가 늘 신경 쓰입니다. "좋은 방향이 제시되고도 현장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경영진 자리가 바뀐다고 현장 작업자의 하루가 곧바로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번 체제의 성패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생산성지표(납기 준수율, 공정별 원가 달성률)가 실제로 개선되는지입니다. 수주잔고를 쌓아 두는 것과 그걸 제때 수익으로 바꾸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안전 관련 수치입니다. 재해율이나 아차사고(Near-miss) 보고 건수 같은 지표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개선되는지를 저는 앞으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여기서 아차사고(Near-miss)란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큰 재해가 될 뻔했던 위험 상황을 뜻합니다. 이 건수가 늘어나는 건 나쁜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위험을 숨기지 않고 보고하는 문화가 정착됐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합병된 조직의 실질적 통합입니다. HD현대미포와 HD현대중공업은 생산 품목과 규모가 다릅니다. HD현대미포는 중형 선박(PC선·MR탱커 등)에 특화돼 있고, HD현대중공업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나 컨테이너선 같은 대형 선박 비중이 높습니다. 두 조직의 생산 노하우와 인력을 어떻게 시너지로 연결하느냐는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이상균 부회장이 총괄하게 될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흥미롭습니다. SMR이란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규모를 대폭 줄인 원자력발전 설비로, 조선소의 대형 구조물 제작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시장은 기술 검증과 규제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 실적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룹 차원에서는 지금의 조선 호황 기간 동안 충분한 이익을 내면서 미래 사업의 씨앗을 심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석호 사장은 완전히 회사를 떠나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금석호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경영지원 총괄 사장으로서 인사·기획·커뮤니케이션 등 경영관리 업무를 계속 담당합니다. 합병 후 다져 놓은 경영관리 체계를 유지·발전시키는 역할이 남아 있습니다.
Q. 이상균 부회장과 조민수 사장, 역할이 겹치지 않나요?
A. 역할 구분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이상균 부회장은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 전체의 그룹 전략과 SMR·데이터센터 엔진발전 같은 신규 사업을 총괄합니다. 조민수 사장은 HD현대중공업 내부의 생산 현장과 안전을 직접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다만 두 역할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실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Q. 조선소에서 안전총괄 대표이사를 따로 두는 게 흔한 일인가요?
A. 국내 대형 제조·건설업에서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진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최고경영진 중 한 명이 안전총괄을 겸하는 방식은 여전히 모든 기업에 보편화된 구조는 아닙니다. HD현대중공업이 이를 대표이사급 직책으로 명시한 것은 법적 책임 이행과 함께 안전 우선 경영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HD현대미포 합병이 실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A. HD현대미포는 중형 탱커·PC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조선사입니다. 합병으로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선박부터 중형 선박까지 더 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습니다. 문제는 두 조직의 생산 방식과 인력 체계를 실제로 효율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통합 시너지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조민수 사장 체제의 핵심 과제입니다.
결론
이번 HD현대중공업 대표 교체를 보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건 이겁니다. 기업의 인사는 현재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를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라는 것입니다. 합병 직후 조직 안정이 급했을 때는 경영지원 전문가를 전면에 세웠고, 이제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가 되자 30년 현장 경험을 가진 인물을 대표로 배치했습니다. 논리는 분명합니다.
다만 제가 계속 신경 쓰이는 건 실행의 문제입니다. 경영진의 선의와 방향이 아무리 좋아도, 그게 현장 작업자의 하루를 실제로 바꾸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저는 생산 공정 지연 여부, 재해율 변화, 수주잔고의 매출 전환 속도 같은 숫자를 기준으로 이번 인사의 성과를 판단할 생각입니다. 직책이 바뀐 것보다 현장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293/0000091462?type=series&cid=200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