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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솔직히 한 가지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10년 동안 수어가 언어로 인정받았다면, 그 언어로 일상 정보를 얻는 건 얼마나 쉬워졌을까?" 제 경우엔 그 답을 쉽게 내놓지 못했습니다. AI 수어 아바타 기술이 그 질문에 조금씩 답을 채워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건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지털 접근성, 기술의 문제인가 의지의 문제인가
디지털 접근성(Digital Accessibilit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디지털 접근성이란 장애 여부나 언어적 환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디지털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합니다. 선언적으로는 오래된 개념이지만, 제가 직접 주변을 살펴보면 실천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21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에서 케이엘큐브가 선보인 서비스는 그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였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는 '수어가 잇다, 우리가 있다'라는 슬로건 아래 농인과 청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들었고, 케이엘큐브는 여기서 단순히 기술 데모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사장 안내와 식품 정보를 실제 수어 콘텐츠로 제공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눈이 간 건 '전시'가 아니라 '실제 적용'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을 보여주는 것과 기술이 실생활에서 작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푸드QR 기반의 수어 안내 서비스가 현장에서 운영됐습니다. 푸드QR이란 식품 포장재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원재료, 알레르기 유발 성분, 보관 방법 등의 제품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케이엘큐브는 여기에 수어 영상을 연결해, 수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는 소비자도 같은 경로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게 생각보다 훨씬 실질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QR코드는 이미 카페 메뉴부터 공공기관 안내까지 일상 깊숙이 자리잡은 기술이고, 여기에 수어 영상을 얹는 방식은 새로운 인프라를 새로 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 푸드QR 스캔 → 해당 제품 수어 영상 즉시 확인 가능
- 행사 부스 QR 스캔 → 프로그램·체험 내용을 수어로 안내
- 기념식·오프닝 영상에 AI 수어 아바타 콘텐츠 직접 삽입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10주년이라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된 지금, 다음 단계는 법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입니다. 제 경험상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선언은 많아도 실제로 그게 일상에 스며든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사례는 방향 자체가 맞다고 생각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수화언어법).
핸드사인버스가 보여준 가능성, 그리고 제가 걱정하는 것
케이엘큐브의 AI 수어 아바타 플랫폼 이름은 핸드사인버스(HandSignVerse)입니다. 핸드사인버스란 AI가 생성한 수어 아바타를 통해 수어 영상, 챗봇, QR 안내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말합니다. 사람이 직접 수어를 구사하는 영상을 매번 촬영하는 대신, AI 아바타가 텍스트 기반 정보를 수어 동작으로 변환해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이 확장될 경우 활용 가능한 분야는 꽤 넓습니다. 제가 직접 생각해봤을 때 공공기관 민원 안내, 병원 진료 절차 설명, 금융기관의 상품 안내, 박물관이나 공연장의 문화 콘텐츠 해설 등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인력을 상주시키는 방식보다 비용 효율이 높고, 반복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AI가 생성한 수어가 실제 수어 사용자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달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수어는 단순히 음성 언어를 손동작으로 1:1 치환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수어 문법(Sign Language Grammar)이란 손의 위치, 움직임, 방향, 표정, 몸의 방향이 결합된 독립적인 언어 체계로, 한국어 어순이나 표현 방식과 상당 부분 다릅니다. 제 경험상 자막과 수어를 함께 제공하는 공영방송 콘텐츠에서도 실제 농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이해도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이번 행사에서 케이엘큐브가 현장 설문을 통해 농인 당사자의 이용 경험을 직접 수집하고 이해도와 불편 사항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그래서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기술의 정확성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장애인개발원).
또 하나 걱정되는 부분은 표준화 문제입니다. 기업마다 서로 다른 AI 수어 시스템을 도입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마다 수어의 표현 방식이 달라 오히려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만큼 콘텐츠 품질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핸드사인버스가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실제 농인의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느냐보다 실제 이용자가 그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수어 아바타는 실제 수어 통역사를 대체할 수 있나요?
A. 완전한 대체는 아직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AI 수어 아바타는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정형화된 정보, 예를 들어 제품 설명이나 시설 안내 같은 콘텐츠에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즉각적인 소통이나 감정적 맥락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숙련된 수어 통역사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기술이 보조 수단으로 자리잡는 방향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Q. 푸드QR 수어 서비스는 어떤 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나요?
A. 현재는 케이엘큐브의 서비스와 연동된 특정 제품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이번 수어문화제 현장에서 체험형으로 선보인 단계라, 일반 시중 제품 전체에 적용되어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향후 식품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입니다.
Q. AI가 만든 수어, 실제 농인이 이해하는 데 문제없나요?
A. 이 부분은 저도 가장 궁금했던 지점입니다. 수어는 독립된 문법 체계를 가진 언어이기 때문에, AI가 한국어 텍스트를 수어로 변환할 때 자연스러움의 수준이 중요합니다. 케이엘큐브는 현장에서 농인 당사자를 대상으로 이해도 설문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콘텐츠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지속적인 검증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가 서비스 신뢰도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한국수화언어법이 뭔지, 왜 10주년이 중요한가요?
A. 한국수화언어법은 2016년에 제정된 법률로, 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공식 인정한 법적 근거입니다. 이 법이 생기기 전까지 수어는 법적으로 '보조 수단' 수준의 위상이었습니다. 제정 10주년은 제도적 인정의 시작에서 이제는 실생활 정보 접근성으로 논의가 이동해야 할 시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이번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저는 "AI로 수어까지 만드는구나" 정도로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순한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QR코드 하나를 찍었을 때 누군가는 텍스트로 정보를 얻고, 누군가는 수어 영상으로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당연한 선택지'를 모두에게 열어두는 것이 디지털 접근성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AI 수어 아바타 기술이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수어 문법의 자연스러움, 콘텐츠 표준화, 서비스 보급 범위 같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기술의 완성도보다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를 질문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서비스가 식품 매장, 병원, 공공기관 창구로 확장되는 과정을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