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기업이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으면 일단 위기는 넘긴 걸까요? 저는 이번 홈플러스 소식을 접하면서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인가는 끝이 아니라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고요.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승인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어떤 인수자가 나타나느냐가 수만 명의 일자리와 직결된다는 점이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회생계획안 인가, 숫자 너머의 현실
2026년 9월 3일,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사회민주당,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핵심 요구는 하나였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홈플러스의 인수합병(M&A)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법원의 인가 결정을 "노동자와 소상공인, 지역 경제까지 고려한 판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도 이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재무 협상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인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생계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기업회생절차란 무엇인지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기업회생절차(Corporate Rehabilitation Procedure)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법적 과정입니다. 즉, 파산해서 문을 닫는 대신 살아남을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회생계획안이 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는 것은 이 과정의 청사진이 공식 승인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여러 기업 회생 사례를 들여다봤을 때, 인가 이후가 오히려 더 험난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획서는 통과됐지만 실제 자금을 투입할 인수자를 찾지 못해 표류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이 문제가 더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의 경영 방식 문제가 있습니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뒤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입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는 인수 이후 배당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노조와 정치권이 'MBK 사모펀드 규제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맥락에서입니다.
실제로 국내 유통산업은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꾸준히 증가해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입지를 좁혀왔습니다(출처: 통계청). 이런 환경에서 단기 수익 회수에 집중한 경영은 기업의 체력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문제는 회생계획안 한 장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 기업회생절차(Corporate Rehabilitation Procedure): 법원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법적 과정
-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소수 투자자 자금을 모아 기업 인수 후 매각 차익을 추구하는 펀드
- 회생계획안 인가: 법원이 채무 조정과 사업 정상화 청사진을 공식 승인하는 단계
-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대주주로, 배당·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논란의 중심
M&A 성패가 고용안정의 분수령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된 단어가 "선량한 인수자"였다는 점입니다. 가격이나 조건이 아니라, 인수자의 성격과 의도를 먼저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이번 M&A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M&A(인수합병, Mergers and Acquisitions)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두 기업이 합쳐지는 거래를 말합니다. 회생 중인 기업의 M&A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복잡합니다. 새 인수자가 기존 채무를 어떻게 처리하고, 고용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협상 테이블 위에 함께 올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련 사례를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회생 기업의 M&A에서 가장 자주 희생되는 것이 바로 고용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노조와 정치권이 정부와 국회의 개입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비용 절감 압박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경영 실패의 책임이 노동자와 소상공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살피겠다"고 밝혔고,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사모펀드 규제법 통과를 공언했습니다.
제 경우엔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홈플러스 매장 한 곳에는 직접 고용된 노동자뿐 아니라 입점 소상공인, 납품 협력업체, 주변 상권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형마트 하나가 지역 생활 인프라로 기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 협상은 단순히 두 법인 간의 거래가 아닌 셈입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 종사자는 수십만 명에 달하며 간접 연관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파급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출처: 고용노동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Leveraged Buyout) 문제입니다. LBO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수익을 담보로 차입금을 일으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활용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도한 부채가 기업 재무를 압박해 이번 위기의 구조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MBK 사모펀드 규제법'이 LBO에 대한 차입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홈플러스가 진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새 인수자가 단기 자금 회수가 아닌 장기 경영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온라인 유통과의 경쟁, 오프라인 공간의 재정의, 협력업체와의 상생 구조 설계가 세트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회생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인수 금액보다 인수 이후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제 판단이기도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요구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인가되면 매장 문 닫는 건 없나요?
A. 회생계획안 인가 자체가 매장 폐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생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노조와 정치권이 고용 안정 보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망하게 했다고 보는 건가요?
A.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의 인수로 발생한 과도한 부채, 이후 배당과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행태가 기업 재무를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MBK 사모펀드 규제법' 논의로 이어진 배경입니다.
Q. 사모펀드 규제법이 통과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A. 법안의 골자는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 제한과 단기 배당·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행태 규제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을 인수한 뒤 재무 건전성은 방치한 채 이익만 챙기는 구조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효성은 구체적인 시행령과 감독 체계에 달려 있어 지켜봐야 합니다.
Q.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A. 홈플러스 매장 내 입점 소상공인들은 마트 영업 상황과 직접 연동되어 있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회생 과정에서 매장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입점 점주들의 매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노조와 정치권이 납품 업체 및 입점 점주 보호를 별도로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
이번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인가 소식을 들으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였습니다. 법원의 인가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지, 이미 살아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으로 M&A 과정에서 어떤 인수자가 나타나고, 그 인수자가 단기 이익 대신 장기 경영과 고용 안정을 선택할 의지가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제도의 변화입니다. 'MBK 사모펀드 규제법'처럼 구조적 문제를 막는 장치가 이번 국회에서 실제로 통과될 수 있는지, 그리고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안전망이 마련될 수 있는지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홈플러스 한 곳의 회생이 한국 유통산업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