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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뉴스 피드를 내리다가 멈칫했습니다. 최태원, 구광모, 이재용 회장이 각각 멕시코·미국·영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짧은 연휴에도 해외 출장을 소화한다는 사실보다 제 눈을 붙잡은 건 따로 있었습니다. 그 일정 하나하나가 공급망, AI 반도체,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로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업 총수들의 명절 스케줄을 뜯어보면 앞으로 우리 산업이 어디를 향하는지 윤곽이 보입니다.

멕시코 공급망, 총수들이 직접 간 이유
경제 뉴스를 꾸준히 보다 보면 "공급망"이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눈에 띄는 시기가 있습니다. 요즘이 딱 그렇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저도 공급망 재편이라는 표현을 추상적인 이야기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멕시코 출장 소식을 보고 나서 그게 얼마나 구체적인 문제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멕시코에서 주최하는 한·멕시코 비즈니스포럼에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미국 바로 아래에 붙어 있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생산·수출 거점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곳입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중심의 통상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더 가깝고 관세 부담도 낮은 생산 거점을 찾게 됩니다. 이 흐름을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생산기지를 아시아처럼 먼 곳에 두지 않고 소비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전략입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이미 멕시코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구 회장이 현지 리더들과 직접 네트워크를 다진다는 것은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앞으로 투자 규모와 방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제가 경제 뉴스를 오래 보면서 느낀 건, 그룹 총수가 직접 움직이는 시점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진이 처리할 수 있는 건 실무진이 처리하고, 총수가 나서야 협상의 무게가 달라질 때 총수가 나섭니다.
니어쇼어링 전략이 국내 기업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USMCA란 세 나라 사이의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협정으로, 여기에 해당하면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팔 때 가격 경쟁력이 올라갑니다(출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결국 이번 멕시코 방문은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봐야 자연스럽습니다.
- 니어쇼어링: 소비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전략. 멕시코가 대표 사례
- USMCA 혜택: 멕시코 생산 제품은 미국 수출 시 관세 부담 완화 가능
- LG전자·LG이노텍 멕시코 법인 운영 중, SK도 북미 공급망 점검 병행
- 총수 직접 방문은 투자 결정권이 실무진을 넘는 수준임을 시사
AI 반도체와 피지컬AI,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챙기다
멕시코 일정이 공급망 이야기라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미국·영국 출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국내 경영 구상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이쪽은 AI 반도체와 피지컬AI라는 미래 기술을 중심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회장은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갈라 디너에 참석합니다. 이 자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밴 플리트상을 수상할 예정이어서, 이 회장과의 회동 여부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AI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될수록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도 함께 늘어납니다. HBM이란 여러 층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반도체로, 현재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주도하는 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관계는 단순한 고객사·공급사를 넘어 사실상 AI 산업의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제가 이번 출장에서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영국 일정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의 오픈AI로 불리는 미스트랄 AI의 시리즈 D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특화된 자체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런던 방문을 계기로 미스트랄 AI 관계자와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런던은 이건희 컬렉션 영국박물관 순회전 갈라 디너라는 공식 일정도 있지만, 그 주변에서 실제 비즈니스 논의가 함께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번 출장에서 가장 전략적인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피지컬AI 전략을 점검합니다. 피지컬AI란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머무는 AI가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 차량, 스마트 공장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작동하는 AI를 의미합니다. 현대차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최근 미국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었습니다. RMAC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고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는 핵심 거점입니다. 현대차·기아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실제로 배치하는 계획이 머지않아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출처: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제 경험상 기업의 미래 방향은 총수가 명절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꽤 정확하게 읽힙니다. 해외를 나가도 AI 생태계를 직접 확인하고, 국내에 머물러도 로봇과 AI 팩토리를 챙깁니다. 결국 방식은 달라도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계 총수들이 추석에도 해외 출장을 가는 이유가 뭔가요?
A. 글로벌 산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협력 파트너와 직접 만나 논의하는 타이밍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명절 연휴는 오히려 국내 업무 공백이 적어 해외 일정을 집중적으로 소화하기 좋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출장 일정 하나하나에 공급망 점검, AI 네트워크 구축 같은 구체적인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Q. 멕시코가 왜 한국 기업들한테 중요한 거예요?
A. 멕시코는 미국 바로 아래에 붙어 있어 USMCA 협정을 통해 미국 시장에 관세 부담 없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거점입니다. 미국이 관세 정책을 강화할수록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는 니어쇼어링 전략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LG전자,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들이 이미 현지 법인을 운영 중입니다.
Q. HBM이 AI랑 무슨 상관인가요?
A.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연산을 처리하는 GPU 옆에 붙어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핵심 반도체입니다. AI 서비스가 늘어나면 데이터센터가 늘고,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가속기가 늘면 HBM 수요도 함께 급증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Q. 피지컬AI가 일반인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A.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되면 생산 비용 구조가 달라지고 제품 가격이나 배송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AI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그 경험이 소비자에게 직접 닿게 됩니다.
결론
이번 뉴스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기업 총수들의 추석 일정은 그 자체가 산업 지도입니다. 멕시코에서는 북미 공급망을 점검하고, 미국에서는 AI 반도체 생태계를 직접 확인하며, 영국에서는 유럽 AI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다집니다. 국내에 머문 총수는 로봇과 자율주행이라는 피지컬AI 전략을 가다듬습니다. 방향은 달라도 결국 AI,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세 축이 모든 움직임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큰 흐름은 변화가 실제로 찾아온 뒤에야 실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기업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조금 일찍 살펴두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산업과 소비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제 뉴스가 어렵게 느껴질 때는 총수들의 동선부터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힌트가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