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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3년간 30억원을 투입해 자립준비 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진입을 돕는 '청년 S.T.E.P'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단순 기부가 아니라 발굴부터 정착까지 전 과정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저는 이 뉴스를 그냥 넘기지 못했습니다.

30억원보다 중요한 것 — 발굴지원의 구조를 보라
기업이 사회공헌을 발표할 때 저는 솔직히 숫자보다 설계를 먼저 봅니다. 30억원이라는 금액보다 그 돈이 어떤 구조로 흐르는지가 실제 효과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업의 공식 명칭은 '청년 S.T.E.P'으로, 각 알파벳이 지원 단계를 뜻합니다. Screening(발굴), Training(준비), Experience(경험), Partnership(정착)의 순서입니다. 여기서 Screening이란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먼저 찾아내어 초기 진단과 상담, 자립계획 수립까지 연결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즉, 청년이 먼저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찾아가겠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설계에서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문 부분도 바로 이 첫 단계였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은 정의 자체가 '사회와의 연결이 끊긴 상태'입니다. 스스로 지원기관 문을 두드리는 것이 이미 불가능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신청하세요"라고 기다리는 방식은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발굴 단계가 제대로 기능해야 나머지 세 단계가 의미를 가집니다.
Training 단계에서는 심리상담과 함께 사회적응 훈련 및 직무적응 훈련을 병행합니다. 여기서 직무적응 훈련이란 단순한 취업 스킬 교육이 아니라, 직장이라는 환경 자체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뜻합니다.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청년에게 '출퇴근', '동료와의 대화', '업무 지시 따르기'는 작은 일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사람과의 관계가 오래 끊겼을 때 가장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관계 자체에 다시 올라타는 감각을 되찾는 일입니다.
- Screening(발굴): 대상자 탐색 → 초기 진단·상담 → 자립계획 수립
- Training(준비): 심리상담 + 사회적응 훈련 + 직무적응 훈련
- Experience(경험): 실제 직무 경험 연계 + 취업 기회 제공
- Partnership(정착): 취업 이후 직장 적응 지원 + 고용유지 사후관리
민관협력이 왜 이 사업의 변수인가
이번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연결 프로젝트'의 민관협력 1호 사업으로 출발했습니다. 민관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이란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는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고, 기업은 자금과 일자리를 제공하며, 복지기관은 현장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구조가 이번 사업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비슷한 취지의 사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한 주체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부 혼자 운영하면 현장 감각이 부족하고, 기업 혼자 진행하면 복지 전문성이 약하고, 복지기관 혼자 하면 자원이 부족합니다. 세 주체가 각자의 강점을 담당할 때 설계가 현실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금융이 지원하는 30억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지정기탁이란 기부자가 용도를 특정해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다른 곳에 쓰이지 않고 해당 사업에만 투입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을 택했다는 것은 우리금융이 단순히 돈을 내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집행 방향까지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다만 제가 솔직히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민관협력이 효과를 내려면 세 주체 간의 역할 경계가 명확해야 하는데, 실제 운영 단계에서 의사결정 속도나 책임 소재가 흐릿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발굴' 단계에서 현장 복지기관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머지 단계가 모두 공회전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모두의 연결' 관련 정책 방향은 출처: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업률이 아니라 '고용유지율'로 사회정착을 판단해야 한다
제가 이 사업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느낀 단계는 마지막 Partnership, 즉 정착 단계였습니다. 취업 이후에도 직장 적응과 고용유지를 위한 사후관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고용유지율이란 취업에 성공한 이후 일정 기간 — 통상 6개월 또는 1년 — 이 지나도 해당 직장에 계속 재직 중인 비율을 뜻합니다. 단순 취업률과 다른 개념으로,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측정할 때 훨씬 정확한 지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취업 자체는 어떻게든 연결되더라도 3개월 안에 이탈하는 경우가 꽤 많고, 특히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된 청년일수록 직장 환경 적응이 취업보다 더 어려운 관문이 됩니다.
자립준비 청년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호시설에서 나온 직후 주거·생계·취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때 직장에서 작은 갈등이 생기거나 적응에 실패하면 다시 고립 상태로 돌아갈 위험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자립지원 관련 통계에서도 보호 종료 청년의 초기 사회 정착 실패율이 낮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아동권리보장원).
그래서 저는 이 사업의 실제 성과는 3년 후 "몇 명을 취업시켰나"가 아니라 "취업한 청년 중 1년 뒤에도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숫자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온다면, 이 사업은 설계대로 작동한 것입니다. 반대로 취업률만 높고 고용유지율이 낮다면, 정착 단계의 사후관리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년 S.T.E.P 사업 지원 대상이 정확히 누구인가요?
A. 크게 두 그룹입니다. 보호시설에서 나와 홀로 자립을 시작해야 하는 자립준비 청년, 그리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장기간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입니다. 공통점은 일반적인 취업 지원 채널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며, 이 때문에 사업의 첫 단계가 '발굴(Screening)'에서 시작합니다.
Q. 30억원이 3년치라면 사업 규모가 작은 것 아닌가요?
A. 단순 계산으로는 연 10억원 수준입니다. 금액 자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업의 의미는 규모보다 구조에 있습니다. 민관협력 1호 모델로서 성과가 검증된다면 다른 기업이나 기관이 동일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모델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느냐가 이후 규모 확대의 전제가 됩니다.
Q. 고립·은둔 청년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A. 이것이 이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특성상, 지역 복지기관과 주민센터, 가족·이웃 제보, 온라인 커뮤니티 모니터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아웃리치(outreach) 방식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웃리치란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관이 먼저 다가가는 방식으로, 발굴 단계의 실질적 성패를 결정합니다.
Q. 사업이 3년 뒤 끝나면 이후 지원은 어떻게 되나요?
A. 현재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3년 이후의 지속 계획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청년의 사회 정착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3년 후 사업이 종료될 경우 지원이 중단된 청년이 다시 고립 상태로 돌아갈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번 사업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일회성 지원과의 차이를 결정합니다.
결론
이 사업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계속 떠올린 문장은 하나였습니다. "연결이 끊긴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취업 정보나 지원금보다 먼저,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청년 S.T.E.P이 설계대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발굴 단계가 실제로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둘째, 취업률이 아닌 고용유지율로 성과를 측정해야 합니다. 셋째, 3년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의 설계가 지금부터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1년 뒤, 2년 뒤 이 사업의 중간 성과가 어떻게 발표되는지를 저는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