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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그냥 CEO 시상식 뉴스 정도로 흘려봤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뭔가 달랐습니다. 이건 단순한 수상 행사가 아니라 AI와 반도체를 축으로 한미 산업 협력의 판이 새로 짜이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밴플리트상 수상을 계기로 그 의미를 직접 짚어봤습니다.

한미협력의 무대가 군사에서 AI로 바뀌었다
제가 이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이 밴플리트상의 역사였습니다. 코리아소사이어티가 1992년 제정한 이 상은 6·25전쟁 참전 용사인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인데, 초창기 수상자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외교·안보 분야 인물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리고 이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수상자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행사에서 직접 언급했듯, "70년 전 밴플리트 장군은 전장에서 동맹을 구축했고, 지금 젠슨은 데이터센터 최전선에 서 있다"는 표현이 이 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한미 동맹이라고 하면 군사·안보 협력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협력의 핵심 키워드가 어느 사이 'AI'와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2006년, 최종현 선대 회장이 1998년 이 상을 받은 것까지 연결해서 보면, 한국 재계와 미국의 협력 역사가 얼마나 길게 이어져 왔는지도 새삼 느껴졌습니다(출처: 동아일보).
HBM반도체, AI 전쟁의 핵심 탄약이 된 이유
이번 행사를 보면서 반도체 산업 구조에 대해 다시 정리하게 됐습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연산 처리에 필요한 메모리의 용량과 속도가 함께 커져야 합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고대역폭메모리(HBM)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한 구조의 메모리로, 기존 메모리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월등히 빠릅니다. 쉽게 말해 AI라는 고성능 엔진을 돌리기 위한 초고속 연료 탱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제가 직접 AI 서비스들을 써보면서 느낀 건, 복잡한 질문에 대한 응답 속도나 대용량 파일 처리 성능이 해마다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차이가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선만의 결과가 아니라 HBM 같은 반도체 기술 진화와 맞닿아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연산의 핵심인 GPU를 설계한다면, 그 GPU가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삼성과 SK의 HBM이 필수적으로 붙어야 합니다. 이재용 회장이 축사에서 "젠슨은 진정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 건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실제 공급망 관계를 반영한 발언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Together, we'll build what's next"라는 문구와 함께 축하 광고를 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공개적인 파트너십 선언에 가까운 행보였습니다.
- HBM(고대역폭메모리): D램 칩을 수직으로 적층해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한 AI용 핵심 반도체
- GPU(그래픽처리장치): AI 연산에 특화된 병렬 처리 반도체로,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
-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글로벌 HBM 공급의 핵심 기업으로, 엔비디아 GPU와 결합되어 AI 서버 구성
- 데이터센터: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물리적 인프라로, HBM 탑재 GPU 서버가 핵심 자산
AI안전성, 속도를 늦추는 게 답일까
이번 행사에서 젠슨 황 CEO가 한 발언 중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AI 위협론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그는 "AI가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답을 찾는다고 해서 통제를 벗어난 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AI에 불필요하게 인간적 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공포가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AI가 빠르게 발전할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논리가 꽤 설득력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황 CEO의 발언을 들으면서 시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속도 조절보다 통제 환경의 구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었습니다. AI 안전성을 높이는 것과 AI를 발전시키는 것이 결국 같은 방향이라는 주장인데, 이 지점은 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AI 안전성(AI Safety)이란 인공지능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하거나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장치 전반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AI를 느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동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결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황 CEO는 "신뢰를 저버린다고 느끼면 속도를 늦추면 된다"고 했는데, 그 판단 주체가 기업 자신이라는 점은 여전히 우려가 남습니다. AI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표준과 독립적 감시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출처: OECD AI 정책 관측소).
한국은 AI를 소비만 하는 나라로 남을 것인가
황 CEO가 이날 한국에 대해 한 발언이 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한국은 AI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수출할 수 있는 독특한 나라"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봐도 AI 관련 하드웨어를 제조하면서 동시에 AI 서비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많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그 드문 사례 중 하나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칭찬처럼 들리면서도 동시에 과제처럼도 들렸습니다. 지금 한국의 AI 경쟁력이 주로 반도체 제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AI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쪽에서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황 CEO가 "인구가 적다는 한계를 AI와 자동화로 넘을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저에게는 꽤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의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는 시점에, AI 기반의 자동화 기술이 생산성 문제를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이것이 일자리 감소와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가져가야 합니다.
제가 이 뉴스를 보면서 가장 걱정됐던 지점은 공급망 집중 문제였습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소수 기업과 국가에 집중되면, 지정학적 리스크나 기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국이 AI를 수출하는 나라로 자리 잡으려면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 생태계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치맥 회동으로 시작된 세 사람의 관계가 실질적인 기술 협력과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는지, 앞으로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밴플리트상이 뭔가요? 왜 젠슨 황이 받은 건가요?
A. 밴플리트상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코리아소사이어티가 1992년부터 수여해온 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외교·안보 인사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에는 반도체·AI 분야 산업 인사로 수상자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젠슨 황은 AI 반도체 혁신과 한미 기술 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선정됐습니다.
Q. HBM이 왜 AI 시대에 그렇게 중요한가요?
A. HBM(고대역폭메모리)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메모리입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가 제 성능을 내려면 반드시 HBM이 함께 탑재돼야 합니다. 쉽게 말해 GPU가 엔진이라면 HBM은 그 엔진에 연료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의 핵심 공급자입니다.
Q. 젠슨 황이 AI가 위험하지 않다고 한 건가요?
A.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한 건 아닙니다. 황 CEO는 AI가 스스로 통제를 벗어났다는 인식 자체가 과장됐다고 본 것입니다. 그의 입장은 AI를 멈추는 것보다 통제된 환경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안전 접근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 판단을 기업 자율에만 맡기는 것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Q. 한국이 AI 수출국이 될 수 있을까요?
A. 황 CEO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건부로 봐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강점은 HBM 같은 반도체 제조 쪽에 집중돼 있고, AI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성장 여지가 큽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진짜 AI 수출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젠슨 황의 밴플리트상 수상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시상식 소식 정도로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나란히 자리한 장면, 타임스스퀘어 축하 광고, AI 안전성 발언까지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이 행사가 한미 산업 협력의 중심축이 AI·반도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제가 앞으로 AI 관련 뉴스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려는 지점은 기술이 얼마나 좋아졌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만들고 어떤 반도체가 뒷받침하며 우리 산업과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입니다. 한국이 AI 시대에 소비자 역할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 이 흐름을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www.donga.com/news/People/article/all/20260930/1347562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