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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는 "기업 홍보 행사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42년 만에 영국박물관에서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 미국 두 도시에서만 관람객 19만5000명을 모은 이건희 컬렉션이 이번엔 유럽 심장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단순한 전시 그 이상의 의미가 느껴졌습니다.

42년 만의 귀환, 영국박물관은 왜 지금일까요?
경제 뉴스를 찾아보다가 이 소식을 마주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숫자가 바로 '42년'이었습니다. 1984년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라는 사실이 뭔가 묘하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반세기 가까운 공백은 한국 문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는지를 거꾸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특별전의 공식 명칭은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입니다. 국보(國寶) 10점과 보물(寶物) 13점을 포함해 총 100건의 작품이 출품됩니다. 여기서 국보란 문화재청이 지정한 우리나라 최고 등급의 문화재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이유가 아니라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특별히 높다고 인정된 것들입니다. 그런 작품들이 한꺼번에 런던으로 건너갔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이 해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입니다. 미국 순회전에서 이미 관심을 받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백남순의 '낙원'도 다시 관람객을 만납니다. 이 작품들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목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한국 미술의 층위가 얼마나 두터운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전시는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서 열립니다.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4개월에 걸친 장기 전시라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숫자로 읽는 순회전, 관람객이 왜 계속 늘었을까요?
제가 경제 뉴스를 오래 읽다 보면 수치에 좀 무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관람객 수는 좀 달랐습니다.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산하 프리어·새클러 갤러리에서 열린 첫 해외 순회전에 약 8만 명이 방문했고, 이후 시카고에서 열린 두 번째 전시에는 약 11만5000명이 찾았습니다. 40%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제가 계산해봤을 때 두 도시 합산 관람객이 19만5000명이라는 건 거의 20만 명에 가깝습니다. 이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워싱턴DC 전시가 해당 전시관의 최근 10년 내 동관 특별전 중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설명해줍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관심이 쏠렸을까요? 저는 이게 단순히 '한국 미술이 예뻐서'가 아니라, 이건희 컬렉션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에 평생에 걸쳐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유족은 그 전부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무상 기증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소유보다 보존'이라는 철학을 실천한 사건으로, 해외에서도 그 이야기 자체가 전시의 서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번 영국 전시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배경은 갈라 디너의 참석자들입니다. 영국 재무장관, AI 장관, BT그룹·보다폰·ASML·자이스 등 유럽 주요 기업 CEO급 인사 240여 명이 참석했고, 영국 앤 공주도 리셉션에 함께했습니다. 문화 행사에 이런 규모의 정·재계 인사가 모인다는 건 전시가 단순한 예술 감상의 자리가 아니라 일종의 소프트파워(Soft Power) 외교 무대였다는 뜻입니다. 소프트파워란 군사나 경제력이 아니라 문화·가치·외교적 매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말합니다. 이번 전시가 그 역할을 한 셈입니다.
- 워싱턴DC 첫 순회전: 약 8만 명 관람 (최근 10년 내 동관 최다)
- 시카고 두 번째 순회전: 약 11만5000명 관람 (전 도시 대비 약 44% 증가)
- 미국 두 도시 합산: 약 19만5000명
- 영국 전시 기간: 2025년 10월 1일 ~ 2026년 1월 31일
- 출품작: 국보 10점·보물 13점 포함, 총 100건
문화유산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지금 와서 드는 의문
평소 경제 뉴스를 보면 국가 경쟁력은 반도체 생산량, 수출액, 환율 같은 숫자로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이번 뉴스를 보면서 제가 오랫동안 잘 보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이라는 자산의 존재입니다. 문화유산이란 과거 세대가 만들어 현재에 전달된 유형·무형의 가치 있는 산물로, 국가 정체성과 국제 이미지 형성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반도체처럼 당장 실적으로 환산되지 않지만, 한 나라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여기서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환영사 내용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집을 시작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소유가 아닌 보존을 위해 수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3대에 걸친 철학이 2021년 역대 최대 규모의 미술품 기증으로 이어졌고, 그 컬렉션이 지금 영국박물관 벽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유물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한국의 얼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전시가 끝난 뒤 관심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대형 문화 행사는 개막 전후 관심이 집중되다가 이내 잊히는 경우를 여러 번 봐왔습니다. 또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식으로 소비되는 흐름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유산은 관광상품이나 기업 홍보 도구로만 볼 수 없는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가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K팝과 K드라마로 한국을 먼저 접한 사람들이 전통문화와 역사로 관심을 넓혀가는 과정, 그 연결고리 중 하나가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순회전이 될 수 있습니다. 관광, 숙박, 외식, 콘텐츠 산업까지 간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건희 컬렉션 영국박물관 전시는 언제까지 하나요?
A. 2025년 10월 1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약 4개월간 열립니다. 영국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이 미국 워싱턴DC·시카고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순회전입니다.
Q. 이건희 컬렉션이 기증된 거라면 전시 작품은 누가 소유하나요?
A.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 기관에 무상 기증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 작품들은 사실상 국가 소유입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생전 철학인 '소유가 아닌 보존'이 기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Q. 영국박물관에서 한국 전시가 열린 게 처음인가요?
A. 처음은 아닙니다. 1984년에도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그 공백이 길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Q.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A.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해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입니다. 미국 순회전에서 주목받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도 다시 전시됩니다.
결론
이번 뉴스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00년 한국 문화의 흐름이 런던 한복판에 펼쳐졌고, 그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친 수집과 기증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단순한 예술 행사로 넘기지 못한 이유도 거기 있었습니다.
문화는 당장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종종 그 나라의 역사와 예술에서 비롯됩니다. 이번 영국박물관 전시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한국 문화에 처음 관심을 가진 외국인이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어지는 전시 결과와 관람객 수치, 그리고 전시 이후 한국 방문객 동향을 함께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