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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분기 매출 96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도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가 뭘까요. 솔직히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저도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런데 따라가다 보니 핵심은 GPU가 아니라 메모리였습니다. 엔비디아가 성장할수록 자신의 원가가 올라가는 구조,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매출은 역대 최고인데, 왜 이익률 얘기가 나올까
엔비디아가 성장을 멈추면 위기가 온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지금 국면은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문제는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그 성장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비용 증가입니다.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96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습니다. 데이터센터 부문만 따지면 890억 달러, 전년 대비 117% 성장이라는 수치입니다(출처: 뉴스투데이). 숫자만 보면 걱정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이 실적 발표문을 들여다봤을 때 눈에 걸렸던 부분은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이었습니다. 여기서 매출총이익률이란 매출에서 제품 생산에 직접 드는 비용을 뺀 뒤 남은 이익의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1달러를 팔았을 때 얼마를 손에 쥐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2분기에는 75%를 기록했지만, 엔비디아의 콜렛 크레스 CFO는 실적 발표에서 이 수치가 3분기 74%, 4분기에는 71~7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례적으로 "극심한 가격 조건"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고위 임원이 이런 표현을 공개 석상에서 쓴다는 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엔비디아의 현재 매출 규모에서 이익률 1%포인트는 약 10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3~4%포인트 하락이라면 수십억 달러 단위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매출 증가율보다 이 숫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키운 AI가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는다
이번 사태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대목이 바로 이 역설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른 이유가 외부 충격이 아니라 엔비디아 자신이 만들어낸 수요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적으로 탑재됩니다. HBM이란 여러 층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메모리로, AI 모델이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때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GPU의 연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HBM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HBM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세 곳뿐이라는 점입니다. 이들 업체가 AI용 HBM 생산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일반 서버용 D램과 PC·스마트폰에 쓰이는 낸드(NAND) 메모리 공급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출처: Business Insider).
이 연결고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엔비디아 GPU 판매 증가 → AI 데이터센터 폭발적 증설
- 데이터센터 증설 → HBM 수요 급증
- HBM 수요 급증 → 메모리 업체 생산능력 AI쪽으로 집중
- 생산능력 집중 → 전체 메모리 공급 타이트해짐
- 메모리 공급 부족 → 엔비디아의 부품 구매 단가 상승 → 이익률 하락
크레스 CFO 본인도 이 구조를 인정했습니다. 메모리 부족이 상당 부분 AI 구축 자체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자기 성장이 자기 비용을 끌어올리는 기현상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이게 단순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봅니다. 외부 변수가 아니라 사업 모델의 성공 자체가 구조적 비용 요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구조는 엔비디아가 더 성장할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미 대응에 나섰습니다. 공급업체에 대한 장기 구매 약정 규모를 기존 1190억 달러에서 2790억 달러로 늘렸고, 올해 남은 기간 메모리에만 약 92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입니다. 메모리를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GPU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AI 공급망에서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엔비디아의 마진 문제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보다 훨씬 큰 그림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AI 투자 사이클에서 가장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가진 기업은 엔비디아였습니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부족하니 고객들은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여기서 GPU란 원래 그래픽 처리에 쓰이던 반도체인데, 수천 개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칩으로 자리잡은 부품입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의 일부가 뒤집히고 있습니다. GPU가 아무리 좋아도 HBM이 부족하면 완성품을 출하할 수 없습니다. 자연히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공급망 내 파워 이동은 한번 굳어지면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엔비디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일부 대형 고객들에게 내년 초 출하되는 AI 서버 가격을 15% 이상 인상할 수 있다는 통보가 이미 전달됐다고 알려졌습니다. 단,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 반영되는 건 2028 회계연도부터입니다. 그 사이에 발생하는 원가 증가분은 엔비디아가 일단 자체 흡수해야 합니다. 크레스 CFO는 4분기 71~72%로 내려간 이익률이 2028 회계연도에는 72~73%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제가 이 뉴스를 보면서 한 가지 더 걱정스러웠던 건 앞으로의 병목입니다. 지금은 메모리가 AI 산업의 전략적 병목이지만, 다음에는 전력 공급이나 냉각 인프라, 데이터센터 부지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AI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릴수록 특정 자원의 가격이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강해졌습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을 약 1080억 달러로 예상했고, 2028 회계연도에는 약 70% 성장을 전망했습니다. 이는 월가의 기존 예상치인 44~45%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발목을 잡는 구조, 앞으로도 이 간극이 좁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엔비디아 매출총이익률이 떨어지면 주가에도 영향이 있나요?
A. 단기적으로는 이익률 하락이 주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출 자체가 70% 이상 성장하는 상황이라 단순히 이익률만으로 주가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익률 하락이 일시적인 비용 전이 과정인지, 구조적 악화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HBM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왜 이렇게 적나요?
A. HBM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수십 층 쌓아 올리는 고난도 공정이 필요합니다. 수율 관리와 패키징 기술 장벽이 높아 현재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만이 양산 공급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단기간에 경쟁자가 늘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Q.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일반 소비자도 체감하게 되나요?
A.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경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비용이 올라가면 클라우드 요금이나 AI 구독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언제 체감되는지는 각 기업의 가격 정책에 따라 달라집니다.
Q.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업체는 이번 상황이 호재인가요?
A. 단기적으로는 분명 유리한 환경입니다. HBM 수요가 늘고 협상력도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HBM 생산설비 투자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거나 경쟁이 격화될 경우의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론
이번 뉴스를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엔비디아가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 AI 산업이 한 단계 더 복잡한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매출이 두 자릿수 퍼센트도 아니고 100% 이상 성장하는 기업의 이익률 하락이 뉴스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제 시장이 엔비디아에게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장하는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제 경험상, 한 기업이 시장의 거의 전부인 것처럼 보일 때가 공급망 전체를 다시 봐야 할 타이밍입니다. 앞으로 엔비디아를 볼 때는 매출 성장률만큼이나 HBM 확보 상황과 매출총이익률 회복 여부를 함께 챙겨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AI 공급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 가는지도 꾸준히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