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스테이블코인 기업결제 (B2B이전, 급여지급, 규제전망)

다온스토리17 2026. 10. 6. 00:07

목차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대기자금이 아니었다 — B2B 이전의 현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살 때 잠깐 환전해두는 수단"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바레즈앤마살(A&M)이 올해 발표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활동 보고서'를 살펴보니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에 사용된 규모는 최소 4,010억 달러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급증한 수치입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이 돈의 절반 이상이 기업으로 향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으로 들어간 결제 규모만 2,300억~3,4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출처: 한국경제).

    그중에서도 B2B 이전, 즉 기업 간 자금 이동이 1,370억~1,530억 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서 B2B 이전이란 기업이 공급업체·거래처·파트너사에 대금을 지급하거나 내부 계열사 간에 자금을 옮기는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개인이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기업에게 돈을 보내는 거래 전체입니다.

    제가 이 숫자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용도 분류였습니다. 서비스 수수료 560억 달러가 1위였고, 급여·보수 430억 달러, 해외송금 370억 달러, 서비스 대금 320억 달러, 공급업체 대금 280억 달러 순이었습니다. 소매 구매는 190억 달러로 오히려 가장 적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결제"라고 하면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장면을 떠올리는데, 실제로는 기업 간 거래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요약: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투자 대기자금을 넘어 기업 간 납품대금·서비스 수수료·급여 지급까지 파고든 실물 결제 수단이 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기업결제 (B2B이전, 급여지급, 규제전망)

     

    급여도 코인으로 준다 — 테더 월급의 실제 사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급여 지급이 430억 달러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설마 월급을 코인으로?" 하고 두 번 읽었습니다.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인력채용 업체는 중남미 프리랜서 80~100명에게 매달 10만 달러 이상의 보수를 테더(USDT)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테더란 미국 달러 가치에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쉽게 말해 1테더는 항상 1달러에 가깝게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유가 명확합니다. 중남미 프리랜서에게 은행 계좌로 달러를 보내려면 중간 금융기관 수수료, 환전 비용, 수일이 걸리는 처리 시간이 발생합니다. 반면 테더로 보내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의 즉시, 수수료도 훨씬 적게 처리됩니다.

    기업용 결제 플랫폼 리퀘스트파이낸스는 이런 수요를 겨냥해 해외 거래처나 프리랜서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청구서를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사관리 플랫폼 딜(Deel) 역시 해외 개발자·컨설턴트 계약자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아직 낯선 이야기지만, 해외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이 방식의 실용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을 받는 측에서도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기존 국제 송금보다 불편할 이유가 없습니다.

    • 테더(USDT): 달러 가치에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기업 급여·용역비 지급에 가장 많이 쓰임
    • 리퀘스트파이낸스: 기업이 해외 거래처·프리랜서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B2B 플랫폼
    • 딜(Deel): 글로벌 인사관리 플랫폼. 해외 계약자에게 스테이블코인 용역비 지급 지원
    • 비자: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서비스 160개 이상 지원, 결제액 전년 대비 200% 증가
    요약: 테더 기반 급여 지급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이미 운용 중이며, 글로벌 프리랜서 거래가 많은 기업일수록 이 방식의 비용 절감 효과가 더 뚜렷합니다.

     

    신흥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한국도 주요 시장으로 등장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활발한 나라는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은행 서비스가 낙후한 신흥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 보고서를 보고 그 인식이 이미 절반만 맞는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취 국가 기준으로 결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태국(108억 달러)이었습니다. 튀르키예(78억 달러), 인도네시아(63억 달러), 멕시코(61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나라들이 상위권에 오른 이유는 자국 통화 가치 불안이나 달러 수요라는 맥락이 크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57억 달러로 5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알바레즈앤마살 보고서는 한국을 호주, 대만과 함께 "바짝 뒤쫓고 있는(close behind)" 국가로 명시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한국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이름이 올랐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게 봤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블록체인 기반 거래는 어느 지갑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가가 확인된 결제액은 전체 추정치의 13.5%에 불과하고, 송금국과 수취국이 모두 확인된 경우는 3.4%에 그칩니다. 따라서 실제 결제 규모는 지금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비자는 전 세계에서 160개 이상의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올해 전체 결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0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자 글로벌 상업·자금이동 솔루션 제품총괄 마크 넬슨은 "공급업체 대금 지급부터 자금 운용, 국경 간 거래까지 기업 활동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점점 더 많이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특수한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요약: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신흥국 달러 수요에서 출발했지만 미국·한국·호주 같은 선진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며, 실제 규모는 집계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대만큼 현실 장벽도 크다 — 규제전망과 남은 과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수치를 보면 당장 기존 금융시스템을 대체할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이 뉴스를 보며 걱정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첫 번째 허들은 온·오프램프(On/Off-ramp) 문제입니다. 온·오프램프란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를 서로 교환하는 진입·출구 인프라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테더를 받은 해외 거래처가 이를 현지 통화로 바꿔 은행 계좌에 넣는 과정 전체를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와 처리 시간이 발생하면 스테이블코인 송금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전체 결제 효율이 떨어집니다.

    두 번째는 AML(자금세탁방지) 기준의 불명확성입니다. AML이란 불법 자금이 정상적인 금융 거래로 위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표준 규제 체계입니다. 블록체인 거래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지갑 주소와 실제 법인·개인을 연결하는 신원확인(KYC) 체계가 국가마다 달라 기업이 규정을 준수하기 복잡합니다.

    세 번째는 회계처리 표준화 문제입니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수취했을 때 이를 현금으로 볼지, 가상자산으로 볼지에 따라 재무제표 처리 방식이 달라집니다. 거래 상대방이 스테이블코인을 받을 의사가 없거나 기업 내부 ERP 시스템이 이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도입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 김민승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를 교환하는 인프라가 확충되고 국가별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쓰임새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기술 자체의 완성도보다 법적·제도적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따라오느냐가 스테이블코인 기업 결제의 진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카드 결제가 처음 나왔을 때도 가맹점 수수료 문제, 부정거래 책임 소재, 세금 처리 문제가 먼저 정리된 뒤에야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기업 결제도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제도가 뒷받침되는 순간 보급 속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요약: 온·오프램프 인프라 부족, AML 기준 불일치, 회계처리 미표준화가 스테이블코인 기업 결제 확산의 3대 장벽이며, 규제 명확화가 핵심 변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테이블코인으로 월급을 받으면 실제로 현금처럼 쓸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받으면 바로 지갑에서 꺼내 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온·오프램프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국가마다 이 인프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태국, 멕시코처럼 환전 생태계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비교적 편리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수수료와 시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테더와 일반 암호화폐의 차이가 뭔가요?

    A.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반면, 테더(USDT)는 미국 달러 가치에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업이 대금 지급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테더를 발행하는 기관의 신뢰도와 담보 자산 건전성은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한국 기업도 지금 당장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거래처에 돈을 보낼 수 있나요?

    A.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국내 외국환거래법과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알바레즈앤마살 보고서에서 주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으로 언급될 만큼 활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이 공식 업무에 도입하려면 법적·세무적 자문을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기존 은행 송금보다 항상 빠른가요?

    A.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의 전송 자체는 수 분 이내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수취인이 이를 현지 통화로 환전해 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온·오프램프 단계까지 포함하면 처리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래 상대방의 인프라 환경에 따라 체감 속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결론

    이번 데이터를 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금융의 변화는 항상 소비자 결제보다 기업 간 거래에서 먼저 조용히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카드 단말기가 전국 편의점에 깔리기 전에 이미 기업 간 거래에서 카드 결제가 먼저 정착했던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지금 그 초입 단계를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전송액 대비 실제 결제 비중이 아직 0.5%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성과 성장률 42%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온·오프램프 인프라가 확충되고 각국의 AML 규제가 표준화된다면, 해외 거래가 많은 기업일수록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먼저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경을 넘어 돈이 움직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0537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