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를 여행한다고 하면 대부분 자연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삿포로는 그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절묘하게 섞인 곳입니다. 알찬 시내 여행부터 밤이 되면 더 빛나는 야경,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먹거리까지. 삿포로는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여행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삿포로를 중심으로 꼭 가봐야 할 시내 명소와 감성 넘치는 야경, 그리고 입 안에서 감탄이 나오는 현지 음식들을 중심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삿포로 시내, 걸어서 즐기는 도시의 매력
삿포로 시내는 ‘도시 여행’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볼거리가 많고, 도보 이동이 가능해 천천히 걸으며 도시를 느끼기에 딱 좋습니다.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은 삿포로의 상징인 삿포로 TV 타워였습니다. 오도리 공원 끝에 세워진 타워 위에 올라가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오도리 공원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TV타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은 외관 자체가 포토존입니다. 일본식 목조 건축에 하얀색 시계가 눈에 띄는데, 삿포로가 아직 개척 도시였을 때부터 시간을 알려주던 곳이라 그런지 이곳에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근처를 지나가며 스치듯 보기보다는 일부러 찾아가 앉아 쉬다 오는 걸 추천합니다. 구 홋카이도 도청사도 시내 산책 중 꼭 들러볼 장소입니다. 붉은 벽돌 건물과 주변 정원이 정말 아름다운데, 내부에는 홋카이도의 개발 역사와 관련된 전시도 있어 한적하게 둘러보기 좋습니다. 여유롭게 걷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알차게 채워집니다. 쇼핑을 하고 싶다면 ‘다누키코지 상점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래된 아케이드 거리인데, 기념품부터 캐릭터 상품, 지역 간식까지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지붕 덕분에 걱정 없이 둘러볼 수 있어요.
삿포로 야경,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
낮의 삿포로가 도시의 편안함과 질서를 보여줬다면, 밤은 감성과 로맨틱함이 더해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코 모이와야마 전망대였습니다. 로프웨이를 타고 천천히 올라가면 어느새 도시의 불빛이 아래로 펼쳐지는데, 그 모습은 마치 별이 도시 위에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더군요.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JR 타워 전망대 T38도 좋은 대안이 됩니다. 삿포로역과 바로 연결돼 있어서 이동이 간편하고, 실내 전망대라 날씨와 상관없이 편하게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눈 내린 도시를 바라보는 시간은 정말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곳은 삿포로 맥주 박물관입니다. 낮에는 박물관 견학과 시음이 중심이지만, 밤이 되면 건물 외관이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전통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 조명과 만나 클래식하면서도 감성적인 야경 포인트가 되어주었습니다. 겨울에 방문하신다면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도 꼭 경험해보셔야 합니다. 오도리 공원과 시계탑 근처에 LED 조명이 가득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해집니다.
삿포로 먹거리,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중심답게, 다양한 지역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삿포로 라멘입니다. 진한 미소(된장) 베이스 국물에 노란색 중면이 어우러진 그 맛은, 일본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깊이가 있습니다. 특히 ‘스스키노 라멘 골목’은 라멘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다양한 라멘 가게들이 모여 있어 비교하며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식은 홋카이도의 명물인 칭기즈칸(양고기 구이)입니다. 삿포로 시내에는 전문점이 여럿 있고, 숯불 향이 살아있는 고기를 독특한 철판에 구워 먹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 덕분에 양고기를 처음 드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현지산 생맥주와 곁들이면 진짜 홋카이도를 제대로 맛봤다는 기분이 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