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도체 뉴스를 보다 보면 EUV니 D램이니 하는 용어들이 쏟아지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흘려듣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2028년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ASML과 손잡고 차세대 High-NA EUV 장비를 D램 양산에 실제 적용하겠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건 그냥 지나칠 뉴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비를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서 포토마스크 표준까지 함께 만든다는 대목에서 특히 눈길이 멈췄습니다.

High-NA EUV, 숫자 하나가 바꾸는 것들
반도체 관련 기사를 꾸준히 읽어오면서 제가 처음으로 "이 숫자가 진짜 중요하구나" 싶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개구수(NA, Numerical Aperture) 이야기를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였습니다. 여기서 개구수란 빛을 얼마나 넓은 각도로 모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값과 비슷한 개념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더 미세하고 선명한 회로 패턴을 웨이퍼에 새길 수 있습니다.
기존 EUV 장비의 개구수는 0.33 수준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도입하려는 High-NA EUV는 이를 0.55까지 끌어올린 기술입니다(출처: ASML 공식 사이트). 0.33에서 0.55로 바뀌는 것, 숫자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제가 직접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이 차이가 회로 선폭 구현 능력에서 상당한 격차를 만들어냈습니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기존 EUV 공정에서 같은 패턴을 여러 번 나눠서 노광해야 했던 일부 단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멀티 패터닝이라고 불리는 이 반복 노광 공정은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는 주범 중 하나였습니다. High-NA EUV로 이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단순히 회로가 미세해지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구수 하나가 올라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 양산에서는 수율, 공정 안정성, 소재 호환성 등 여러 변수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것을 이 분야를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느꼈습니다.
포토마스크, 틀이 바뀌면 판이 바뀐다
이번 뉴스에서 제가 High-NA EUV만큼 눈여겨본 부분이 바로 포토마스크 이야기였습니다. 반도체를 처음 공부할 때 노광 장비에만 집중하느라 마스크의 역할을 가볍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알고 보니 이게 공정 전체의 정밀도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었습니다.
포토마스크(Photomask)란 반도체 회로의 설계 패턴을 미세하게 새긴 정밀한 '틀'입니다. 노광 공정에서 빛이 이 마스크를 통과하면서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찍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스크의 정밀도가 곧 반도체 완성품의 정밀도와 수율을 결정합니다. 얼마나 정교한 틀로 찍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ASML이 주도하는 '대형 마스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현재 사용되는 6인치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전환하는 표준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크기가 두 배로 늘어나면 한 번의 노광으로 웨이퍼에 새길 수 있는 회로 면적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칩 한 개당 제조 비용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반도체 산업에서 "표준을 함께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이후 생태계의 방향을 쥐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가 이 컨소시엄에 조기 참여한 것은 장비 도입보다 더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 기존 포토마스크 크기: 6인치 → 차세대 목표: 12인치
- 마스크 면적 확대 → 웨이퍼 한 번 노광으로 더 넓은 패턴 구현 가능
- 생산성 향상 + 칩 단가 절감 효과 기대
- ASML 주도 컨소시엄을 통한 업계 표준 공동 수립
ASML 협력, 왜 지금이어야 하나
반도체 업계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산업이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잘해서는 안 되는' 구조가 됐다는 점입니다. 장비, 소재, 마스크, 검사 기술이 모두 맞물려야 하나의 공정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ASML이 있습니다.
ASML은 현재 전 세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기업입니다. 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면 ASML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입니다(출처: ASML 뉴스룸). 삼성전자가 이 기업과 단순 구매 관계를 넘어 공동 개발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격상시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협력 확대를 발표하면서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문장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언급했다'는 점이 눈에 걸렸습니다. High-NA EUV는 D램 같은 메모리뿐 아니라 최선단 로직 파운드리 공정에도 필수적인 장비이기 때문에, 이번 협력이 메모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D램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셀을 집적할 수 있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함께 올라갑니다. 삼성전자가 2028년이라는 시점을 잡고 지금부터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2028년 양산,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이유
솔직히 이번 뉴스를 보면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반도체 업계 소식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다 보니, '발표'와 '양산 안정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High-NA EUV 장비 자체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요구하는 장비입니다.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바로 높은 수율이 나오지 않습니다. 새 장비에 맞춰 소재와 공정 레시피를 처음부터 다시 최적화해야 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건 아니지만, 기존 EUV가 처음 양산에 적용됐을 때도 수율 안정화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이 점을 절감했습니다.
또 반도체 시장은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입니다. AI 수요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다가,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거나 경쟁사가 먼저 안정적인 양산에 성공한다면 부담이 고스란히 쌓입니다. 저는 '누가 먼저 장비를 도입하느냐'보다 '누가 이 기술을 가장 빠르게 안정적인 양산 수율로 이어가느냐'가 결국 경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8년이라는 시점 자체보다 그때 실제로 어떤 수율과 생산성을 보여주는지가 삼성전자의 진짜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협력 발표는 그 성적표를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High-NA EUV가 기존 EUV랑 뭐가 다른가요?
A. 핵심은 개구수(NA) 수치입니다. 기존 EUV가 0.33인 반면 High-NA EUV는 0.55로, 빛을 더 좁고 정밀하게 집중시켜 더 미세한 회로를 한 번에 새길 수 있습니다. 덕분에 같은 패턴을 여러 번 나눠 노광해야 했던 멀티 패터닝 공정 일부를 줄일 수 있어, 정밀도와 생산 효율 모두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Q. 포토마스크를 6인치에서 12인치로 바꾸면 뭐가 좋아지나요?
A. 마스크가 커지면 한 번의 노광으로 웨이퍼에 새길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집니다. 이는 팹(반도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칩 한 개당 제조 비용을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단순히 크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High-NA EUV 공정에 최적화된 새로운 마스크 표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 중요합니다.
Q. 삼성전자가 2028년에 High-NA EUV를 D램에 처음 적용하는 건가요?
A. 삼성전자 기준으로는 D램 양산에 High-NA EUV를 적용하는 것이 처음입니다. 지금은 장비 도입과 함께 제조 공정의 안정성을 조기에 검증하는 단계를 병행해 2028년 실제 양산 적용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발표 자체보다 실제 양산에서 어떤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진짜 관전 포인트입니다.
Q. 이 기술이 발전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나요?
A. 직접적인 체감은 기술이 안정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선 이후에나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 비용이 높은 시기도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더 성능 좋은 D램이 스마트폰, AI 서비스, 자동차 전장 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에 녹아들면서 체감 성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 소식을 정리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삼성전자와 ASML의 이번 협력은 단순히 "좋은 장비를 들여온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High-NA EUV 도입과 12인치 포토마스크 공동 개발을 함께 추진한다는 것은, 차세대 반도체 제조 인프라 전체를 한 단계 올리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리고 그 준비를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앞을 내다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높은 장비 비용, 공정 안정화 기간, 시장 수요 변화까지 변수가 많습니다. 저는 2028년 실제 양산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이 협력의 진짜 의미를 확인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발표가 아니라 양산 수율로 말하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