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여행할 계획을 세울 때 항상 따라오는 고민이 있습니다. 렌터카? 버스? 가이드 투어?
하지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프랑스를 기차로 여행해 보십시오.
특히 프랑스의 고속열차 TGV (Train à Grande Vitesse)를 이용하면, 단순히 A에서 B로 이동하는 것을 넘어서 여행 그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 됩니다. 빠름과 여유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경험이 됩니다.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며, 포도밭과 완만한 들판, 중세 마을, 때로는 바다까지도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는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TGV 노선을 따라 만날 수 있는 프랑스의 세 도시를 소개하겠습니다: 리옹, 스트라스부르, 아비뇽. 각 도시가 전해주는 고유한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도시로 향하는 기차 위 시간도 여행의 일부임을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리옹 – 미식의 수도이자 역사의 향기
파리 리옹역(Gare de Lyon)에서 TGV를 타면 약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도시, 리옹은 종종 파리보다 더 사랑받기도 합니다.
리옹은 프랑스 미식의 수도로 불리며, 폴 보퀴즈 마르셰에서는 치즈, 푸아그라, 지역 와인 등 각종 식재료가 예술로 승화됩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수업처럼 느껴집니다.
음식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비외 리옹(Vieux Lyon), 즉 구시가지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과 좁은 자갈길이 어우러져 마치 중세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작은 성당, 독립서점, 숨겨진 안뜰 등이 이어지며, 진짜 타임머신을 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푸르비에르 대성당(Fourvière Basilica) 에 올라가면 리옹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밤이 되면 두 개의 강이 도시의 불빛을 반사하여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리옹은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도시입니다. 맛보고, 걷고, 듣고, 느끼며… 단 한 번의 방문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게 됩니다.
스트라스부르 – 문화가 만나는 유럽의 교차로
리옹에서 TGV로 약 3시간 반이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합니다. 이 도시는 말 그대로 유럽의 심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가 조화롭게 융합된 도시인 만큼, 거리에서는 두 언어가 자연스럽게 들려오고, 고딕과 동화풍 건축이 조화롭게 공존합니다.
이 도시의 상징은 단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와 정교한 조각은 인간의 손으로 지어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이롭습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 에 숨어 있습니다. 꽃이 가득한 발코니, 나무 프레임으로 된 전통 가옥, 잔잔하게 흐르는 운하, 그 위를 지나는 느린 보트와 강변의 노천카페들이 어우러져 마치 엽서 같은 풍경을 만듭니다.
저는 강가에 앉아 지역산 리슬링 와인을 마시며 조용히 흐르는 시간을 지켜보았습니다. 시끄럽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모든 것이 딱 좋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이곳이 바로 제 프랑스 여행의 정서적 절정이었음을.
아비뇽 – 햇살, 예술, 그리고 남부의 감성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TGV로 약 5시간을 달리면 아비뇽에 도착합니다. 이동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기차가 남쪽으로 달릴수록 창밖 풍경은 바뀌어 갑니다. 노란 해바라기밭, 햇빛에 바랜 돌담, 반짝이는 올리브나무가 지중해의 따뜻한 빛 아래 펼쳐집니다.
이곳의 대표 명소는 교황청(Palais des Papes) 입니다. 14세기 가톨릭 교황청이 있던 자리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수세기 권력과 신앙의 흔적이 서린 유산입니다.
하지만 아비뇽의 진짜 매력은 예술과 감성에 있습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아비뇽 연극 축제에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도시 곳곳이 무대가 되어 공연이 펼쳐집니다.
그뿐 아니라, 아비뇽 다리(Pont d’Avignon) 위를 산책하거나, 라벤더와 올리브 오일 향이 가득한 시장을 구경하고, 천천히 걷기만 해도 이 도시의 여유로움이 온몸에 스며듭니다.
이곳에서 저는 시간이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천천히 흐르고, 그 리듬을 따라 나 자신도 편안해졌습니다.
프랑스를 TGV로 여행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이동 그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공항의 긴 줄도, 렌터카의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창밖을 보며 앉아 와인을 한 잔 들고 있으면, 프랑스가 그대로 흘러갑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기차 여행의 마법입니다.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닌, 그 사이를 온전히 느끼며 지나가는 방식.
리옹의 풍미, 스트라스부르의 매력, 아비뇽의 햇살 – 이 모든 도시를 강철 레일과 조용한 순간들이 연결해 줍니다.
프랑스의 기차 여행은 단순한 효율적인 수단이 아닙니다. 더 깊이 보고, 더 풍부하게 느끼며,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