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린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번엔 좀 다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거기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800조 원대로 늘리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금리를 올려 돈의 흐름을 조이면서 동시에 지출을 크게 늘리는 상황, 처음엔 도무지 납득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금리 인상의 실제 의미 — 숫자가 아니라 생활비 문제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교과서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수단"으로만 설명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금리가 오른다는 뉴스가 뜨는 순간, 제 머릿속에는 이자 계산기가 먼저 돌아갑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두 차례 올렸습니다. 이른바 백투백(back-to-back) 인상입니다. 한은 역사에서 이런 연속 인상은 2007년, 2021~2022년, 2022~2023년 세 차례뿐이었을 만큼 이례적인 결정입니다(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 총재는 이 결정을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다"고 표현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이 늦장 대응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선제적 통화정책이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기 전에 금리를 올려 수요 자체를 미리 줄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불이 번지고 나서 물을 붓는 게 아니라, 불씨 단계에서 끄겠다는 발상이죠.
이번 인상의 배경은 두 가지가 겹쳤습니다.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시중에 풀릴 돈이 늘어나는 수요 측 물가 압력과, 고환율·고유가가 수입 비용을 끌어올리는 공급 측 물가 압력입니다. 수요 측과 공급 측이 동시에 물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이니 한은 입장에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 결정이 대출자에게 즉각적인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평균 59만 2,000원 늘어납니다. 숫자로는 작아 보여도 이게 1년, 2년 쌓이면 가계 살림에 미치는 압박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 봤더니, 대출 규모가 조금 큰 경우엔 연간 부담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지난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2,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규모에 금리 인상이 겹치면 전체 가계가 감당해야 할 이자 총액은 상당합니다. 특히 소득이 고정돼 있거나 적은 가정일수록 생활비 중 필수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비를 줄일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 백투백 인상: 연속 두 달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례적 조치로 한은 역사상 네 번째
- 수요 측 물가 압력: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시중 유동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늘어 물가를 밀어 올리는 힘
- 공급 측 물가 압력: 고환율·고유가로 수입 원가가 올라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적 요인
- 주담대 0.5%p 인상 시 차주 1인 연간 이자 부담 약 59만 2,000원 증가 (한국은행 추산)
800조 재정 확대와 K자형 호황 — 정책의 방향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재정 확대는 경기를 살리는 좋은 정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 원 플러스 알파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상 첫 800조 원대 예산입니다. 한은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올리는 시점에 나온 발표라 "엇박자 논란"이 불가피하게 불거졌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여기서 잠재성장률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속도, 쉽게 말해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미합니다. 한은 총재는 "정부 지출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로 사용된다면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표면상 화합을 강조한 말이지만, 반대로 읽으면 생산성 향상 없이 소비만 자극하는 방식이라면 충돌이 생긴다는 우회적 경고였습니다. 제가 이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그렇게 느꼈습니다.
서울대 이윤수 교수는 이 상황을 K자형 호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K자형 호황이란 경제 전체의 숫자는 좋아 보이지만 일부 산업·계층은 위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아래로 내려가는 양극화 현상을 뜻합니다.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도 그 혜택이 반도체 관련 종사자에게 집중될 뿐, 자영업자나 내수 서비스업 종사자에게는 체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 이 격차는 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주변을 살펴봤더니, 반도체나 첨단 제조업과 거리가 먼 동네 식당이나 소매점 사장님들은 원자재 가격과 임차료 상승에 금리 인상까지 겹쳐 삼중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가 수출 지표가 좋아진다는 뉴스와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이 작지 않았습니다.
결국 핵심은 재정의 규모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처럼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쓰인다면 장기적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기적 소비를 자극하는 곳에 집중된다면 한은이 어렵게 올린 금리의 효과를 상쇄하고, 결국 추가 인상 압력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두 번 올리는 게 정말 이례적인 건가요?
A. 네, 이례적입니다. 한국은행 역사에서 백투백 인상은 이번을 포함해 딱 네 차례뿐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번 올린 뒤 그 효과를 지켜보고 다음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적인 방식입니다. 이번처럼 빠르게 연속으로 올린다는 것은 물가 압력을 그만큼 심각하게 본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Q. 금리 인상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 서로 효과가 상쇄되지 않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정이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인재 양성처럼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투입된다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물가 자극 없이 경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반면 단기 소비 자극 위주로 집행되면 한은의 금리 인상 효과를 갉아먹어 추가 인상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돈의 규모보다 방향이 결정적입니다.
Q. K자형 호황이 뭔가요? 반도체가 잘되면 다 같이 좋아지는 거 아닌가요?
A. K자형 호황이란 경제 전체 지표는 좋아 보이지만 특정 산업·계층은 위로, 나머지는 아래로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말합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의 혜택은 해당 산업 종사자와 관련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수 서비스업이나 자영업처럼 수출과 거리가 먼 분야는 높은 물가와 금리 부담만 오롯이 떠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나요?
A. 한은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보면 현 수준인 연 3%에서 한 차례 더 올린 연 3.25%에 의견이 가장 많이 몰렸습니다. 다만 총재 발언을 보면 10월 회의에서 3연속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쪽으로 읽힙니다. 두 차례 인상의 파급 효과를 점검하면서 추가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으로 보입니다.
결론
제가 이번 뉴스를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한쪽은 브레이크, 한쪽은 액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두 정책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핵심은 재정 확대의 방향입니다. 미래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라면 통화 긴축과 공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기 소비만 자극하는 지출이 늘어나면 금리 인상 효과를 깎아먹고 결국 더 큰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되는 건 이 과정의 비용을 누가 지느냐입니다.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오를 때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건 대출이 많고 소득 여유가 적은 분들입니다. 재정이 확대된다면 그 일부는 반드시 이런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를 키우는 것만큼, 그 성장이 더 넓게 퍼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균형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6/08/28/JXOW3UKFCFFUNCUIXLYJ5UZ7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