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가 가격판을 보고 멈칫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며칠 전 그랬습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번에는 단순히 원유 값이 오른 게 아닙니다. 원유가 이동하는 바닷길 자체가 두 곳이나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이번 상황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국내 정유업계가 어떤 경로로 원유를 들여오는지, 그리고 이 위기가 우리 생활비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가 들여다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홍해 봉쇄 위기, 왜 지금 이렇게 심각한가요?
브렌트유(Brent Crude)가 배럴당 107.63달러에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는 숫자보다 배경이 더 궁금했습니다. 여기서 브렌트유란 영국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기준으로 삼아 국제 원유 거래 가격을 매기는 기준 지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 원유 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합니다. 이 가격이 이틀 연속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7월 이후 처음입니다(출처: 조선비즈).
이번 상승의 핵심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입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폭 30킬로미터 남짓의 좁은 바닷길로,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아시아로 향할 때 반드시 지나야 하는 최단 경로입니다. 제가 지도를 찾아보니 이 해협이 막히면 수에즈 운하를 돌아가거나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해야 하는데, 그냥 며칠 더 걸리는 문제가 아니라 운송 기간과 비용이 동시에 수직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통행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겹쳐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해상 통로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외부로 내보내는 사실상 유일한 출구 역할을 합니다. 이 두 해협이 동시에 불안해진 것은 제 기억에는 처음 보는 상황입니다.
선박 추적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8일 기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화물선은 25척으로, 이전 10일 평균인 27척보다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봉쇄는 아니지만 선사들이 스스로 통항을 꺼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 남부 지잔 지역을 공격했는데, 지잔에는 하루 40만 배럴을 처리하는 정제 시설이 있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사우디에서 정제된 제품이 아닌 원유 자체를 수입하기 때문에 지잔 시설 피해보다 해상 운송로 차단 여부가 훨씬 중요한 변수입니다. 제가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운송로가 막히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것도 그래서입니다.
-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종가 107.63달러 — 7월 이후 처음 100달러 재돌파
- 호르무즈 해협: 미국·이란 충돌 이후 통행량 미회복 상태 지속
- 바브엘만데브 해협: 후티 반군 사우디 공격 후 통과 선박 수 감소 시작
- 수에즈 운하 우회 시 운송 기간·비용 동반 상승 불가피
국내 정유업계, 수입선 다변화가 얼마나 됐을까요?
이 뉴스를 보면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수치는 사우디산 원유 수입 비중 변화였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 국내 원유 수입에서 사우디산 비중은 35.83%였는데, 2월에 32.03%로 떨어졌고 4월에는 24.7%까지 내려갔습니다. 사태 직후 공급선을 빠르게 분산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5월부터 7월까지 다시 25.9% → 30.3% → 33%로 올라갔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수입량도 7,258만 배럴 → 7,358만 배럴 → 9,318만 배럴로 매달 늘었습니다. 사우디산 원유가 가격 경쟁력이 좋고 국내 정유 설비에 맞는 품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이 추세가 지금 타이밍과 맞물린 것은 좀 아찔하게 느껴집니다.
정제마진(Refinery Margin)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정제마진이란 원유를 사서 정제한 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팔 때 남는 이익을 말합니다. 유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정유사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유 조달 비용과 운송비가 함께 뛰면 정제마진이 오히려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비용 전가가 소비자 가격까지 천천히 번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더라고요.
정부는 비중동산 원유를 들여올 때 추가 운임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동산 원유 비중이 62.3%로 작년 상반기 68.7%보다 낮아졌고, 미국산 원유 비중은 20.5%로 상반기 기준 처음 20%를 넘겼습니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충분한지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업계에서는 10월 도입 물량까지는 확보돼 있어 당장의 타격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 여유가 한 달이라는 점이 오히려 긴장감을 줍니다. 비중동산 원유로의 전환은 계약, 품질 검토, 설비 적합성 조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특정 원유에 맞춰져 있는 정유 설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 주유소 기름값이 바로 오르나요?
A.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와 약 2~4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다만 국제유가 선물 시장이 이미 반응했기 때문에 실제 봉쇄 전에도 가격이 올라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10월 도입 물량까지는 확보돼 있다고 밝혔으므로, 당장 급등보다는 11월 이후 반영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어디가 더 중요한가요?
A. 두 곳 모두 중요하지만 역할이 다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거의 유일한 출구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그 대안 경로인 홍해를 이용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입니다. 두 곳이 동시에 불안해졌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입니다.
Q.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로 완전히 전환하면 되지 않나요?
A. 원유는 산지마다 성분과 점도가 달라서 정유 설비도 특정 원유 특성에 맞춰 세팅돼 있습니다. 미국산 원유는 운송 거리가 길어 비용도 더 들고, 기존 설비 조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가 추가 운임 일부를 환급해주는 이유도 이 비용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방향은 맞지만 단기간에 완전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Q. 유가 100달러가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얼마나 되나요?
A. 주유비 부담이 가장 먼저 느껴지지만, 이후 물류비 상승이 식품·생필품 가격에 반영되는 흐름이 따라옵니다.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유류할증료가 오를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은 비용을 일부 흡수하거나 계약 조정으로 버틸 여지가 있지만, 소규모 화물 운송업자나 자영업자는 오른 연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결론
이번 국제유가 급등 뉴스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에너지 공급망이 얼마나 특정 지점에 의존하고 있는지입니다. 원유 생산시설이 멀쩡해도 배가 지나는 길목 하나가 막히면 가격이 요동친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 것은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그러나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가 현실화된다면 남은 여유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앞으로 중동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해상 운임과 실제 통항 선박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유가 숫자만 보는 것보다 훨씬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6/09/11/NK22BUVK6JH65PRTCITJVLXL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