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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답은 재고용 제도에 있다 (재고용 제도, 연공급, 청년 고용)

다온스토리17 2026. 10.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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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정년 연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법으로 몇 살까지 일하게 해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일본이 20년 넘게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도 고령자 고용 문제를 풀어온 방식을 보면, 핵심은 나이 숫자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였습니다.

     

    정년 연장, 답은 재고용 제도에 있다 (재고용 제도, 연공급, 청년 고용)

    일본이 60세 정년을 유지하면서도 65세까지 일하는 구조를 만든 방법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는데도 법정 정년을 왜 60세에서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직접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취업 빙하기'라 불릴 정도로 청년 고용난이 심각했습니다. 그 시기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정년을 한꺼번에 올렸다가 청년 채용이 위축되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 했던 것입니다. 경영계와 정부가 공통적으로 경계한 지점이 바로 거기였고,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계속고용제도(継続雇用制度)였습니다. 여기서 계속고용제도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기업이 재고용하거나 근무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이어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는 기업이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년 자체를 올리거나, 정년 이후 원하는 직원을 재고용하거나, 아예 정년을 없애거나. 이 선택지 중 실제로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고른 방식은 재고용, 즉 계속고용이었습니다(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적용 연령도 처음부터 65세가 아니었습니다. 2006년에는 62세부터 시작해서 2013년에야 65세까지 확대됐습니다.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해야 하는 의무도 2013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됐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건, 제도의 내용만큼이나 속도를 조절한 방식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구조를 바꿀 시간이 필요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재고용 이후의 조건을 협상할 여지가 필요한데, 그 시간을 20년 가까이 나눠서 줬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사·정이 부담을 나눈 방식

    일본의 방식에서 또 하나 주목한 부분은 비용을 어떻게 분담했느냐입니다. 고령자 고용을 기업 혼자 짊어지게 하지 않았습니다.

    재고용된 근로자는 정년 전 임금, 즉 피크 임금보다 낮은 수준을 수용했습니다. 기업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되, 연공급(年功給)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뜯어고쳤습니다. 여기서 연공급이란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방식이 유지되는 한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는 기업에 점점 무거운 짐이 됩니다. 일본은 이 구조 자체를 손본 것입니다.

    정부는 재고용 이후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노동계약법을 개정해서 사회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사 합의 없이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기업이 임금 체계를 바꾸는 절차상 부담도 줄여줬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6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도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연공급 중심의 임금 구조와 고용 경직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 정년만 일률적으로 올리면, 그 부담이 청년 채용 위축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 1998년: 일본 60세 정년 의무화
    •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 추진
    • 2006년: 기업의 3가지 선택지(재고용·정년 연장·정년 폐지) 시행, 62세부터 적용
    • 2013년: 희망자 전원 65세까지 계속고용 의무 본격 적용
    • 2025년: 65세 고용 확보 단계적 조치 마무리
    요약: 일본은 법정 정년 60세를 유지하면서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제도를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임금 삭감은 근로자가, 체계 개편은 기업이, 재정 지원은 정부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청년 고용과 고령자 고용, 제로섬 게임이 아닌 이유

    솔직히 처음엔 저도 이 두 가지가 충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령자가 자리를 오래 차지하면 청년이 들어올 공간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단순한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련 자료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그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먼저 고령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가 맡는 업무는 대부분 같지 않습니다. 숙련된 기술자가 현장에서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신입 직원이 새로운 디지털 툴을 도입하는 그림, 이게 실제로 가능한 구조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기에, 현장에서 쌓인 암묵지(暗默知), 쉽게 말해 매뉴얼에는 없지만 몸으로 익힌 노하우는 젊은 직원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기간에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걸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무조건 이득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만합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재고용 이후 임금이 크게 줄어드는데 책임과 업무량은 그대로라면 근로자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 임금을 낮추는 것과 직무를 재설계하는 것은 동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임금만 낮추고 역할을 그대로 두면 오히려 현장 갈등이 커집니다.

    직무 재설계(Job Redesign)란 근로자의 연령과 체력, 전문성에 맞게 업무 내용·범위·방식을 다시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제대로 이루어질 때 고령 근로자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고, 신입 직원은 새로운 업무를 맡아 성장할 공간이 생깁니다.

    일본 기업들이 재고용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직무 재설계와 임금 체계 개편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면서 절감된 인건비를 신규 채용이나 재고용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다시 쓰는 구조, 이게 순환이 되려면 연공급 체계 개편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 뉴스를 보며 한 가지 걱정스러웠던 건, 일본의 사례를 너무 단순하게 정답처럼 가져오려는 시각입니다. 이번 보고서가 경영계 시각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제도가 기업에 선택권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 선택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임금 삭감의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재고용 이후 근로조건이 계약서에 명확히 담겨야 합니다. 제도의 형식을 따라가는 것과 실제로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은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령자 고용 확대가 청년 채용을 위협하는 방향이 아니라, 기업이 두 세대의 강점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정년 숫자보다 임금 구조와 직무 설계, 그리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요약: 고령자 고용과 청년 고용은 직무 재설계와 임금 체계 개편이 병행될 때 충돌보다 보완 관계가 될 수 있으며, 재고용 제도는 근로자 보호 장치가 함께 설계되어야 실효성을 가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처럼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면 정년 후에도 원래 임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의 재고용 사례를 보면 정년 전 임금, 즉 피크 임금보다 낮은 수준을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고용 기간이 연장되는 구조여서, 재고용 이후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각자의 생활비 계획에서 미리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Q.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취업이 더 어려워지는 건가요?

    A.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고령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가 다를 수 있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신규 채용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임금 체계 개편이나 직무 재설계 없이 정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 제도 설계 방식이 핵심입니다.

     

    Q. 한국도 일본처럼 재고용 제도를 곧 도입하게 되나요?

    A. 현재 노동계의 정년 연장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제도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경총을 비롯한 경영계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 도입 시기와 방식은 노·사·정 협의와 법 개정 과정에 달려 있습니다.

     

    Q. 연공급 임금 체계를 바꾸면 오래 일한 직원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요?

    A. 연공급 개편이 곧 임금 삭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직무의 난이도, 책임 범위,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어서, 실제로 높은 숙련도와 성과를 내는 고령 근로자라면 개편 후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편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정하게 적용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론

    이번 일본 사례를 직접 찾아보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몇 살까지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재고용 제도가 잘 설계되면 고령 근로자는 소득 공백을 줄이고,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며, 청년은 새로운 역할을 맡을 공간이 생기는 구조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활용되면 낮은 임금으로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제도가 될 위험도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뉴스를 볼 때 저는 재고용된 사람의 실제 임금 수준, 청년 채용 변화, 기업과 정부의 지원 방식을 함께 살펴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6/10/11/NKAMQ5F3V5EWLMN2FWFNNZYZW4/